• 최종편집 2025-11-07(금)
 

 


3.png
▶ 옥창열 시인 수필가

 

 

2025년 가을, 중국 남부의 광둥성, 후난성을 여행했다. 열 번째 중국 방문이었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광대한 땅은 여전히 새롭고 낯설었다. 광둥성은 고대 월족의 땅이었다가 한나라에 편입된 곳이고, 후난성은 초나라와 오나라의 역사를 품고 있는 지역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넘쳐나지만, 눈앞의 중국은 여전히 반짝이고 복잡하며 거대했다. 

 

광저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느껴진 습한 열기와 인파 속에서 ‘다시 중국이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15명과 함께한 여행이었지만 혼자 방을 쓰며 홀로 보내는 밤의 여유를 누릴 수 있었고, 오락가락하는 열대성 기후의 비는 불편하면서도 더위를 식혀주는 위안이 되었다.

 

6-1.jpg
▶ 중국 광둥성 영덕시 소재 동천선경
6-2.jpg
▶ 중국 광둥성 영덕시 소재 봉림효진

 

여행의 시작은 광둥성 영덕시 양산현의 동천선경이었다. 석회암 동굴이 만들어낸 종유석과 석순은 형형색색의 조명과 어우러져 비현실적인 무대를 보는 듯했지만, 그것이 자연이 빚은 풍경이라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이어 찾은 봉림효진은 ‘작은 계림’이라 불릴 만큼 산과 물이 겹겹이 어우러진 중국적인 풍경을 보여주었다. 출렁다리를 건너며 마주한 암봉들과 꽃밭은 축축한 공기 속에서도 싱그러웠다.


6-5.jpg
▶ 중국 후난성 천저우시 소재 구룡수채

 

후난성으로 넘어간 일정은 변덕스러운 날씨 속에서 이어졌다. 망산 오지봉과 마황구 대협곡은 안개와 비로 가려 본래의 웅장함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구룡수채에서의 대나무 뗏목 체험은 잠시 비가 그치며 숲과 절벽 사이로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함께 인상 깊은 순간을 남겼다. 고의령에서는 붉은 바위와 맑은 물, 경이로운 자연 생태를 마주하며 힘겹게 정상에 올랐고, 그만큼의 성취감도 맛보았다.

 

6-3.jpg
▶ 중국 후난성 천저우시 소재 취강
6-6.jpg
▶ 중국 후난성 천저우시 소재 소동강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소동강이었다. 계곡 위로 겹겹이 피어오르는 옅은 안개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서 용경협곡과 동강호를 둘러보며 남중국 특유의 물과 바위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깊이 체험했다.

 

6-4.jpg
▶ 중국 후난성 천저우시 소재 유후 거리 강변

 

여행 중 방문한 유후거리는 전통과 현대가 뒤섞인 활기로 가득했다. 비가 내려 흠뻑 젖은 석판길과 불빛으로 가득한 다리, 그리고 사람들의 시끌벅적한 목소리가 묘한 생동감을 주었다. 광둥 요리는 담백해 부담이 없었고, 호텔과 관광지 시설은 과거에 비해 크게 발전해 있었다. 특히 깔끔해진 화장실은 가장 눈에 띄는 변화였다.

 

귀국길, 인천 공항에서 집으로 향하는 공항버스 안은 적막했다. 봉림효진의 꽃밭과 소동강의 물안개, 비 내리는 유후거리와 사람들의 떠들썩한 풍경이 잔상처럼 떠올랐다. 불편함도 피로도 있었지만 결국 또 하나의 추억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남중국의 젖은 산수화 속을 걸으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시간을 온몸으로 느낀 여정이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고 / 옥창열 시인,수필가] 남중국의 젖은 산수화 속을 걷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